소름) 남이 쓰던 염주 받게 되면…?

    보통 나는 귀신을 만나는 것보단 가위에 잘 눌리고 범죄에 휘말리긴 하지만

    나 자신은 피해가 적은, 이상한 기운을 가진 인간임.

    쓸데없이 해맑아서 유괴미수로 그친다거나, 모르는 사람이 문 열어달래서

    문 열어줬는데 아무일도 없이 돌아간다거나 하는 느낌.

    이것도 그런 일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음.

    카테고리 자체는 괴담 카테고리가 맞지만 큰 피해는 없었던 소소한 에피소드임.

    스무살? 스물한살? 아무튼 내가 사회 초년생이었을 때 있었던 일임.

    당시의 난 대학에 가지 않고 바로 사회의 거센 풍파 속에 뛰어들었기에 낯선 사람을

    굉장히 자주 만났음.

    일 자체는 혼자 하는 일 (제작 관련) 이지만 취미가

    일로 발전된거라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일단 사람을 만나서 팔아재껴야 했기 때문에.

    그 사람도 그랬음.

    취미반 클래스를 운영하시는 친한 사장님의 지인 분으로 박람회 갔다가 처음 만났던 그분.

    서른은 가볍게 넘어 보이는데다 성별까지 남자였기에 어려울 법도 했지만

    tmi 전문 오지랖 장인이었던 나는 지인이라 부르기도 뭣한 남자한테 도둑이 들었다느니

    가위에 눌렸느니 시시콜콜한 잡얘기를 다 늘어놓았음.

    내 얘길 가만히 듣던 그 사람은 내 얼굴을 한참 빤-히 바라보다가 말을 함.

    “트레씨, 점집이나 절은 가봤어?”

    “아뇨. 그런 거 보면 안 좋다 그래서 한 번도 안 봤어요.”

    “종교는?”

    “없어요. 옛날에 8년 정도 교회 다녔었는데 지금은 무교 됐어요.”

    “한번쯤 가보고 싶진 않고?”

    “딱히..엄마가 서른 전에는 안 가는 게 좋다고 하셔서요.”

    “그래? 그럼 내가 이거 줄게. 해요.”

    하면서 까만 팔찌 같은 걸 빼서 내게 내밀었는데 자세히 보니 염주였음.

    병아리콩보다 알이 작고 약간 줄이 헐렁한 게,

    오래된 티가 나는 염주.

    자기가 이십년 가까이 다니는 무슨 무슨 절이 있는데 거기가 그렇게 영험하다고.

    5년 정도 꼈는데 효과가 좋았니 뭐니 하면서 날 주겠대.

    예전에도 자기는 10년 쓴 염주를 남한테 준 적 있다면서.

    “괜찮아요. 저도 하나 사면 되죠.”

    “스무살이 돈이 어딨다고. 제대로 된 거 사려면 얼마나 비싼데.

    나도 이거 오년 전에 십만원 주고 샀다.”

    솔직히 받기 싫었음.

    5년이나 썼으니 표면도 까지고 때가 꼬질꼬질한 게 얼마나 구리겠어.

    근데 뭐 어떻게 거절해도 주려고 하더라.

    거절하는 것도 한두번이지. 나이 많은 어른이 주는 걸 마다하기 쉽냐고.

    그것도 일 관련해서 만났는데.

    “정 그러면 차지 말고 집에 보관만 해둬.”

    하는 수 없이 받음.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일단 받았다가 집에 가서 버리면 되지 싶어서.

    그렇게 받아서 대충 화장대에 던져놓고 염주에 대해 까맣게 잊어버림.

    딱히 신경을 안 썼다는 게 맞을 듯?

    받았던 그때 하루 차고 있었으면 됐지 뭐 대단한거라고 계속 신경을 쓰겠음.

    그러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흘러. 두어달이 지났음.

    부모님 댁에 갔더니 엄마가 팔공산 갓바위 다녀 오셨다고 사탕 가져가라고 하심.

    (갓바위는 쌀을 시주를 하면 사탕 몇알을 돌려줌)

    그 사탕을 까서 입에 넣으면서 문득 염주 생각이 남.

    왜 였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게 갑자기 떠올랐음.

    “엄마. 근데 염주가 원래 그렇게 비싸? 나 얼마 전에 아는 사람이 자기 쓰던

    염주는 줬는데 5년 전에 십만원 주고 샀대.”

    “그게 무슨 소리냐. 누가 자기 쓰던 염주를 너한테 줬다고?”

    “어. 자기가 진짜 영험한 절에서 염수를 사서 끼고 있었는데 내가 요즘 재수가 없다고 하니까 주더라.”

    근데 엄마가 갑자기 노발대발하심. 미친 놈 아니냐. 누구냐. 친구냐. 당장 갖다 버려라.

    엄마 왈, 염주 같이 매일 착용하는 종교적 물건은 그게 액을 대신 받아주는 거라고 하심.

    만약 자기가 쓰던 염주를 남한테 준다? 쉽게 말하면 내 액운을 차곡차곡 모았다가 남한테 준다는 거랑 똑같다고 하시더라.

    천천히 지난 두달을 복기해봤음.

    크게 기억에 남는 일이..음. 그냥 뭐 자전거에 한번 치이고, 넘어질 거 넘어지고, 성추행 당할거 당하고,

    핸드폰이랑 가방 한 번 잃어버리고 그렇게 살았던 거 같은데?

    염주가 상관없이 충분히 있을법한 일이네.

    음 그치.

    근데..왜..기분이 이상할까.

    그 사람이 계획적으로 그랬을거라고는 생각 안함.

    다만 정말 몰랐을까..싶은 마음은 한 켠에 있음.

    주기적으로 다니는 절이 있고, 염주에 십만원이나 쏟는다는 사람이

    정말 그런 속설을 몰랐을까?

    날 때부터 재수 없고, 향후 십년은 점집 같은 곳에 안 갈 예정이었던

    나를 만나서 일부러 떠넘긴 게 아닐가?

    엄마만 아니었다면 계속 몰랐을테니 나중에 들켜서 얼굴 붉힐 일도 없을거고

    나보다 더 전에 10년짜리 염주를 받았다는 사람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