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귀가길에 끌려갈 뻔한 이야기

    갑자기 생각난 현실 괴담

    내가 중학생 때 일이야

    당시 나름 문학소녀 ㅋ

    핸드폰도 없고 집에 컴퓨터도 없던 시절이라 당시 여가시간에 할 수 있는 게

    독서밖에 없어서 장르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읽던 시기인데

    아무래도 학생이니까 돈이 없어서 살 수는 없고 대여점이나 학교 도서관 많이 썼단 말야

    그럼 또 이게 반납 기한이라는 게 있는데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반납기한까지

    책을 다 못 읽을 때가 있단 말야 아니면 버스비까지 할애해서 대여점에서

    책을 빌렸던지 그럼 나는 요즘 걸으면서 스마트폰 하는 것처럼

    책에 코박고 걸으면서 하교를 하는 거지

    아마 그 날도 그런 날이었을 거야

    한창 밝은 대낮이고 차도 많이 지나가는 도로 바로 옆이었어

    차도 건너편에는 아파트 단지가 있었고 이쪽편, 내가 걷는 외편에는 공원?

    나무시장? 아무튼 빽빽하게 나무로 들어찬 공터가 있었지

    사람은 없었지만 버스도 간간히 지나가고 있었고 특별히 위험해 보이는 길은 아니었어

    나는 어릴 때나 지금이나 남들에 비해 덩치가 상당히 큰 편이기 때문에 그런 의도를 가진

    사람이 노릴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도 있고

    (지금은 그런 생각하진 않지만 그때는 그런 생각을 했어)

    그래서 난 늘 그랬던 것처럼 별 위기감 없이 책에 코를 박고 길을 걷고 있었어

    진짜 아무 생각 없었지

    근데 앞서 묘사한 것처럼 그 밝은 대낮에 차도에는 차가 다니는데

    도로 맞은 편은 아파트 단지고 심지어 얼마 걷지 않으면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도 나오는데 그 도보 위에서 난데없이 튀어나온 남자한테 순식간에 붙들린 거야

    너무 놀라면 사람이 비명을 지르려고 해도 기껏해야 목구멍에서 바람새는 소리나 좀 나지

    아무 소리도 안 나온다는 걸 그때 알았어

    롤러코스터 타고 낙하할 때는 그렇게 시원하게 비명이 나왔는데 말야

    나름 한 덩치 하고 힘도 약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남자 힘에는 못이기겠더라

    (이건 나중에 성인 되고 나서 보니까 성인 남자애는 커녕 초딩 고학년 남자애 힘도

    이기기 힘들더라…^^) 비명은 못지르겠고 거의 주저 앉아서 버티는데

    그런 나를 질질 끌고 가더라고 나 꼼짝없이 잡혀가서 강간 당하거나 죽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무슨 생각인지 그남자가 나를 놓아주고 아무렇지도 않게 가더라고

    아마 내 남자 힘으로도 내 덩치를 끌고가는 건 어렵다고 판단했거나 내가 모르는 사이에

    누가 발견하고 다가오려는 사인을 취했거나 그랬겠지 싶어

    시간적으로는 진짜 짧은 순간이라 아무리 길게 잡아도 2~3분? 실상은 1분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진짜 필사적으로 저항했고 어떻게든 살아 남았어

    근데 더 호러인 게 있는데

    어찌어찌 풀려난 내가 너무 놀라고 얼떨떨해서 뜬 눈으로 꿈을 꾼건가

    싶은 마음에 그 남자가 들어간 길 안 쪽을 들여다 봤단 말야

    정확히 그 남자인지는 멀어서 모르겠는데 저 안쪽에서 누가

    나한테 손 흔들어주고 있더라

    그 남자가 맞으면 걔는 진짜 또라이였던거지

    지금 생각하면 파출소에라도 가서 신고하고 순찰 돌아달라고 했어야 했는데

    그 당시에는 내가 신고해도 누가 믿어줄까(덩치가 크니까)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가볍게 넘겨버리지는 않을까

    결과적으로 아무일도 없었는데 신고하는 게

    맞는지도 헷갈리고 해서 차마 신고를 못했는데

    그게 아직까지 마음에 좀 걸리네

    (그 이후로 특별한 사고 소식은 못들었으니까 아마 별일은 없었을 거라고는 생각함)

    이렇게 대낮에도 대로에도 어떤 미친놈이 무슨 마음을 먹고 덤비면 끌려갈 수도 있는

    현실이 공포야 다른 사람 조심하고 안전 최우선으로 삽시다